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집단 지성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근래에 각광받는 분야 중 집단 지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가 가장 대표적인 집단 지성의 업적일 것입니다. 네이버의 지식인도 집단 지성을 이용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지성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집단지성(集團知性)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중지(衆智, 대중의 지혜), ...


이러한 집단 지성은 월드 카페나 어항 대화와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더 나은 회의 등을 기획하는데 응용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집단 지성의 신뢰도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집단 지성은 언제 어디서나 믿을만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왜 위키피디아에 글을 올리기 위한 절차는 왜 나날이 더 어려워지는 것일까요?

우리가 그 결과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집단 지성에도 분명한 약점은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은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약점을 얼마나 잘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여러분이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일수록 더 좋습니다. 집단지성의 경우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에 많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래와 똑같은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과연 집단지성을 통한 결정이 올바른 결정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획 회의에 들어가서 어떤 작업에 대한 일정을 추정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자신이 예상하는 날짜를 소리내어 말해야 합니다. 앞의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날짜를 말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들과 생각이 전혀 틀립니다. 당신은 그들 모두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당신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앞의 사람들이 말한 날짜를 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생각한 날짜를 말하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신대로 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소신대로 말할 수 있습니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소신대로 말하기보다는 앞의 사람과 같은 날짜를 말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쉽게 동화됩니다.

사회 심리학자인 솔로맨 애시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자신의 소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40%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까요? 그들의 결정에 자신의 소신을 왜 바꾸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전 사람들의 의견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고 이렇게 취득한 정보에 따라 자신의 의견이 계속 수정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어떤 모임 안에서 홀로 거대한 압력과 맞서거나 비난을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모임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경우 더 견고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의견이 터무니 없고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표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그 의견을 기준선으로 설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작업 일정에 대해 정말 터무니 없는 추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의견을 주장한 사람이 권력이 있거나 어떤 확신에 차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추정치를 높게 잡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추정치도 같이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도 같은 양식을 보이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이러한 잘못된 결정이 다음 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집단 보수주의(collective conservatism)'라고 합니다. 즉, 기존의 결정이 틀렸고 새로운 결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이 기존의 결정으로 아주 옹골차게 고집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기존의 추정 과정에서 어떤 작업에 대해 우리가 30%의 안전시간을 추가해서 추정하는 관행이 한번 자리를 잡게 되면 그러한 관행이 전체 프로젝트의 지연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 바뀌기 위해서는 정말 확실한 결정적인 증거등을 통해 엄청난 충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러한 '집단 보수주의'가 발생하는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입니다.

'다원적 무지' 란 '집단적 보수주의'를 통해 고착화된 관행을 우리가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한다로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우리가 어떤 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그것을 좋아한다거나 지지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단이 그것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폭포수 모델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을 좋아하거나 지지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조직들에서 여전히 그 모델을 지지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조직에 어떤 방법론이나 자동화 도구를 도입할 때 기존의 적용사례를 요구하는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론이나 자동화 도구를 도입할 때 기존의 회사 중 80% 이상의 회사가 이 방법론이나 도구를 도입하였다고 하였을 때와 단순히 이 방법론이나 자동화 도구가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두가지 정보가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앞의 정보가 주어졌을 때 해당 방법론이나 자동화 도구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즉, 집단 지성을 이용한 토론에서 우리는 어떤 특정 인물의 발언이나 어떤 특정 조건 하에서 서로의 생각을 모아 발전시키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 또는 집단의 의견에 동조하고 그 의견에 살을 붙이는 양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다른 사람 또는 집단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고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자신의 소신을 굽혔던 사람들이 모임을 끝내고 혼자 남겨졌을 때 심한 자괴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초라한 저항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조직의 단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그러한 사람들이 정말 능력있는 사람들이고 그러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회사를 등진다면 회사 전체에 대한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금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였지만 실제로 집단 지성을 도출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은 이미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 예방을 위한 많은 기본적인 장치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러한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그러한 장치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집단 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집단 지성을 올바로 사용된다면 정말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효과도 분명 생길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의 의견에 대해 솔직하게 알려고 노력하고 마주보려 노력하느냐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늬만 집단지성인 무의미한 토론을 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한번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스위치봇 & 스위치봇 허브 미니 간단 사용기

제 블로그에 예전부터 오셨던 분들은 제가 사브작 사브작 홈 오토메이션을 어설프게 해온 것을 아실겁니다. 작년부터 너무 하고 싶었던 도어락 자동화에 도전해봤습니다. 우리 나라에 자체 서비스로 앱을 통해 도어락을 제어하는 제품은 꽤 있습니다. 게이트맨도 있고, 키위도 있고, 삼성도 있죠.. 그런데.. 전 그것보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도어락이 필요했는데... 그런건 안만들더라구요.. 꼭 필요한건 아니지만 웬지 해보고 싶은데... 언제 제품이 출시될지도 몰라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다가.. 스위치봇이라는 제품으로 도어락을 버튼을 꾹 누르는 방법을 찾아서 스위치봇이 직구가 아닌 국내에 출시되었길래 낼름 구매해서 도전해봤습니다. 스위치봇 제품에 대한 내용이나 구매는  https://www.wakers.shop/  에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스위치봇에 스위치봇을 구글 홈에 연결시키기 위해 스위치봇 허브 미니까지 구매했습니다. 스위치봇 허브 미니가 없으면 스위치봇을 외부에서 제어하거나 구글 홈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스위치봇 허브 미니를 구매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이 제품이 RF 리모컨 기능이 지원됩니다. 집에 있는 모니터를 제어할 필요가 있어서 이참 저참으로 같이 구매했습니다. 제품 등록은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스위치봇 허브 미니에 RF 리모컨을 등록해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제어하는 방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제가 스위치봇 허브 미니로 모니터를 제어하고 싶었던 부분은 컴퓨터에서 크롬캐스트로 외부 입력을 때에 따라 바꿔야 하는데.. 그때마다 리모컨을 찾는게 너무 불편해서였습니다.  어차피 리모컨은 외부 입력 바꿀 때 빼고는 쓸 일도 없는지라.. 매번 어디로 사라지면 정말 불편해서 이걸 자동화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스위치봇 허브 미니를 등록하고 여기에 리모컨을 등록하니.. 구글 홈에 등록된 리모컨이 자동으로 등록이 됩니다. 그런데, 등록된걸 확인해보니 전원 On/Off만 제어되는 것이고, 나머지 버튼은 구글 홈...

프로젝트의 3요소 - Project Management

프로젝트는 예산, 일정, 품질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 3가지 요소 외에도 개발 범위, 팀워크, 자원 조달 등 여러가지 요소들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예산, 일정, 품질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요소들은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완료하는 순간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프로젝트의 성과를 제한하게 된다. 위의 요소들을 잘 통제한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실패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란 그런 면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목적한 바를 제한된 기간내에 최소의 비용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도식화 한다면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그림에 보는 것처럼 일정과 품질, 예산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 상호 연관되어 작용하게 된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많은 방법론들의 가정에는 위의 요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들이 설정되어 있다. 조직에서 어떤 특정한 방법론을 도입한다는 것은 그런 가정에 동의하는 것이고 그러한 철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방법론을 채택하기 전에 조직의 근본 문제와 문화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의 요소들 외에 고려해 볼 사항은 위의 요소들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과 예산, 목적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변할 가능성이 매우 큰 요소들이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이러한 변동성에 대한 안전장치들을 가정해서 세워져 있다. 변동성의 측면에서 위의 요소들을 다시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이 가정할 수 있다. 위의 그림을 일부 해석해 본다면 일정이 늘어난다면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범위가 변경되어도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범위와 일정은 상호 의존적이 된다. 만약 위 3가지 요소의 변동성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프로젝트는...

쉘리로 지역난방 배관 온도 측정하기

  간헐 난방을 위해서 지역 난방의 배관 온도를 측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런 저런 방법을 찾다가.. 쉘리의 온도 센서 애드온으로 작업하기로 결정하고 제품 구매 후 설정한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어떤 분들은 기존의 직비 온도 센서를 테이프 돌돌 감아 측정하시던데.. 아무래도 정확성이 떨어질것 같아서 배관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온도 센서를 구매해서 작업해봤습니다. 우선 준비물이 있어야 할텐데.. 쉘리 유럽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언제 올지 도무지 기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배송 속도가 들쭉날쭉하고 제대로 트래킹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리에 있는 쉘리 공식 판매점에서 구매하시길 권장해드립니다. 우선 쉘리 1이 필요합니다. 비싼거 없이 싼거로 구현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쉘리 1을 이용하겠습니다. 원하시면 쉘리 1PM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2716450669.html?spm=a2g0o.store_pc_home.0.0.412740ddSkjgfV 다음에 온도 센서 애드온이 필요합니다.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3292330909.html?spm=a2g0o.store_pc_groupList.8148356.1.62be201681ZJj9 이걸 구매하시면 되는데.. 유럽에서는 옵션으로 온도 센서를 2개나 3개로 선택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온도센서 하나밖에 선택이 안됩니다. 고로 네이버 쇼핑이든 다나와든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는 곳에서 취향껏 DS18B20을 추가로 구매해주셔야 합니다. 알리에서 검색해서 합배송 받는 방법도 있겠네요.. (합배송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입수관과 출수관의 온도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하다 더 구매하셔야 하고.. 원하시는 곳에 하나 더 연결해서 총 3개의 온도 센서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쉘리 1에 220V 전원을 공급해서 사용하셔도 되고.. 원하시면 12V나 24 – 60V에 해당하는 어댑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