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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논리의 함정 -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내재된 단순성을 찾는 다는 것은 사물을 명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서 왜 사물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원인에는 순환 논리가 숨어 있다. 이 순환 논리는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고 절대 깰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 왜? 라는 질문으로 파고 내려가다 보면 점점 우리가 쫓는 원인은 점점 추상화 되어 간다. 그리고 추상화의 범위는 점점 더 애매모호해지고 광범위해진다.

이렇게 추적하던 원인을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더 이상 검증 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르면 그 원인을 추상적 실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물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물을 구성하는 원인을 파고 든다면 물은 두개의 수소와 하나의 산소가 결합한 분자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 분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고 핵은 다시 중성자와 양성자로 구성된다. 그 아래로는 소립자와 쿼크와 같은 것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물 이후의 단계들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더 이상 검증 할 수 없다. 그 이후의 단계는 논리적인 구조에 따라 증명된 것일 뿐 그 누구도 아직까지 본적도 만진적도 없는 완벽한 추상적 실체이다.

그런데 이건 과학의 얘기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어떨까?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잘 팔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잘 팔리지 않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을 찾을 때 우리가 직접 관찰해서 검증 할 수 없는 실체에 다다르게 되면 그 이후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멈춰버린다. 그냥 그 단계에서 대충 끝내 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개발해서이다.' 같이 귀결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결론이 첨부된 보고서에는 그 어느 곳에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의 흔적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용자 조사도 했을 것이고, 설문조사도 했을 것이고 각종 자료가 첨부되어 있겠지만 그것들이 정말로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고객이 원하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결론이 우리의 기존의 경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면 아주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고객이 우리 소프트웨어를 원하지 않는 이유가 뭐지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았지요. 잘 팔리지 않았으니 그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개발해서이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개발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잘 팔리지 않은 것이다.'

두 문장이 모두 그럴싸하게 보이는가? 논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가? 이것이 바로 동어반복이자 순환논리이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O 축구팀이 패배한 것은 투지가 부족해서이다.
OO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심리적 부담감때문이다.
품질이 낮은 제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찾아보면 정말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순환논리에 빠지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내재된 단순성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많은 경우 이러한 순환논리가 우리의 경험과 함께 증폭된다면 순환논리가 옳은 것처럼 보이게 되고, 그걸 직접 검증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해서 극복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문제의 문장을 살펴보자.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개발해서이다.

이 문장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자.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다. /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원인이 무엇인가?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가 원인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과연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 뿐일까?

새로운 경쟁 소프트웨어가 먼저 출시되어서라든지 우리의 AS 가 개판이 되어서라든지 우리가 가격을 인상해서라든지 다른 여러 이유를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발견된 원인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인이라고 여기는 많은 것들이 원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원인으로부터 비롯되는 결과가 최소한 2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원인과 결과는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검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가 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프트웨어가 잘 팔리지 않는 만큼 다른 회사의 제품을 잘 팔려야 한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제품 역시 잘 팔리지 않는다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 는 원인이 될 수 없다.

이렇게 원인이 증명되면 다시 더 생각해서 더 깊은 원인을 찾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즉, 우리는 원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쉽게 포기하기 전에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원인을 확장하지 않고 멈추는 것일까?

이것은 안전지대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즉, 우리는 안전지대를 넘어서서 원인을 확장하려 하지 않는다.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것은 불확실성의 세계에 진입하는 것이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안전지대 안에서 더 이상 다른 결과가 없다면 찾는 것을 포기하고 동어 반복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지대를 넘어서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인을 아무리 확장하고 싶어도 확장된 원인들은 언젠가는 다시 수렴하게 되어 있다.

수렴이 되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결과가 많은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결과가 많을수록 더 강력하고 유효성이 높은 원인인 것이다.

그것이 내재된 단순성에 대한 확신의 힘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왜? 라는 질문을 통해서 도달한 원인이 추상적 실체를 포함하게 된다면 그것을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진실이 아닌 가설일 뿐이다. 그러한 원인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결과가 2개 이상이 되는지 검증해 보자. 그리고 그러한 원인과 결과에 대해 우리가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2개 이상의 결과를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안전지대 안에 머물러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순환논리를 부정하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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