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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시 게으르다 - 자극 반응 일치성과 최소 저항 경로

아래와 같이 A와 B 지점을 정하고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도달하는 방법을 구해본다면 과연 몇가지나 될까?
정답은 무한대일 것입니다. A에서 B로 도달하는 모든 방법은 아마도 신만이 알고 있겠죠.

그렇다면 A에서 B로 도달하는 가장 최단 거리의 경로는 몇가지일까요?

정답은 한가지일 것입니다. A와 B를 연결하는 직선 경로가 바로 최단 경로입니다. 두 지점을 연결하는 최단의 경로는 직선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어떤 지점으로 이동하고자 할때 다양한 경로에 대해 숙고하기 보다는 자동으로 최대한 직선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습관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도 흡사하게 나타납니다. 어떤 작업 절차가 이루어질때 우리는 해당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짧은 경로를 산정합니다.

이것을 조금 유식한 용어로 나타내면 '자극 반응 일치성(stimulus response compatibility)라고 합니다.

원래 '자극 반응 일치성'의 의미는 사람들이 자신이 받는 자극이 바람직한 행동과 일치하길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위의 예로 살펴보면 우리가 A에서 B 지점이 주어지고 두 지점 사이를 이동한다는 자극에 대해 우리는 직선으로 이동하는 것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직선의 경로에 어떤 방해물이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그 방해물에 대하여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방해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해집니다.

다른 예로 MS Word의 서식 복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MS Word 에서 서식 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서식을 복사하기 원하는 구역을 선택한 후 서식 복사 단추를 선택하고 서식을 붙여넣기 원하는 구역을 선택하면 해당 구역에 복사한 서식이 적용이 된다.

MS Word의 시장 지배력을 감안한다면 사람들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다른 유사한 종류의 워드프로세서나 텍스트 에디터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원할 경우 위와 같은 경로에 따라 서식 복사를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서식 복사라는 기능에 대한 자극에 우리는 MS Word의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기게 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오피스에서는 유사 기능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

Open Office 는 동일한 이름의 유사한 방식으로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한글은 어떨까?

한글 2005는 서식 복사 대신에 유사한 기능이 모양 복사로 제공된다. 그런데 이 모양 복사는 기존의 MS Word와 모양 자체도 틀리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방법도 전혀 틀리다. 이런 경우 사용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결함을 가진 제품을 아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닫기 버튼을 가장하여 광고 사이트로 사용자를 보내 버리는 광고(베너 광고라는 자극에 대한 우리의 바람직한 행동은 닫는 것이고 닫기 위해서 우리는 닫기 버튼을 찾게 되어 있다. 하지만 베너는 유사한 닫기 버튼을 만듬으로써 사람들에게 그 버튼을 클릭하도록 한다.), 별루 중요하지 않은 기능에 더 큰 버튼이 설정되어 있는 리모콘(중요한 것에 대한 자극에 우리의 바람직한 행동은 강조이다. 그런데 중요하지 않은 기능에 커다란 버튼이 배정된다는 것은 전혀 반대의 경우이다.) 등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극 반응 일치성'은 최소 저항 경로(path of least resistance)에 부합될 때 더 강화된다.

즉, 우리가 받는 자극에 바람직한 행동을 산정할 때 최소한의 노력을 요구하는 옵션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A지점과 B지점을 연결하는 경로 중 최소 저항 경로는 직선이고 그러한 경험이 축척되고 학습이 된다면 다른 경우에도 우리는 동일한 자극에 대하여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에 동일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론에 일전에 얘기한 기본 옵션이 결합된다면 기본 옵션이 왜 중요한지 좀 더 명확해 집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의 기본 옵션이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반응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은 옵션을 변경하기 보다는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바꾼다면 이전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던 제품에 대해서 최소 저항 경로가 산정되어 적용된 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기존 제품을 이겨내고 그 지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나 제품의 작동 방식이 자극 반응 일치성을 어기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히 자극 반응 일치성만을 고려한다면 이 세상은 매번 똑같은 방식의 제품만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은 너무 재미없겠죠.

기존의 방식 중에는 분명 최소 저항 경로를 기술적인 이슈나 다른 여러 이슈로 구현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해 기술의 발달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문제는 자극 반응 일치성에서 어긋난다면 사용자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존의 손전화는 모두 버튼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기능을 구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근래에는 많은 손전화에서 터치 패널을 도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입력 방식은 변했지만 그 입력과 출력에 대한 것은 우리의 기대에 크게 어긋난 부분이 없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터치 입력 방식은 기존의 물리적인 버튼 입력 방식에 비해 틀릴 확률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경우 진동과 같은 피드백을 주거나 입력이 틀린 부분에 대해 제시어를 제시하는 등 여러 피드백이 도입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 피드백입니다.

이 세상의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스템이라면 사용자들의 실수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글은 기존의 서식 복사와는 달리 복사하고자 하는 서식이 있는 위치에 커서를 두고 모양 복사 아이콘을 선택하여 서식을 복사할 수 있는 옵션 창이 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경로대로 만약 사용자들이 블록을 설정하고 모양 복사 아이콘을 선택한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메시지를 출력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러한 모든 경우에 대하여 고려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극 반응 일치성을 만족하는 사용자들이 선정한 경로를 모두 인식하는 것도 어렵고 힘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소 저항 경로와 자극 반응 일치성에 대해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분명 사용성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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