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정확한 출처는 알수 없지만 최근에도 사용자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사용자는 어리석다.'
'사용자는 뭘 원하는지 모른다.'

등과 같은 내용들이다.

요구사항의 수집, 사용성 테스트, 사용자 리서치 등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이러한 문장들이 정확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자는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잡스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사실 스티브잡스는 이러한 얘기를 한적이 없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테렌스 콘란이라는 영국의 디자이너로서 갑부가 된 사람이 말했다고도 합니다.

누가 말했든 위의 문장들이 얘기하는 바는 하나같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제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생각은 일부는 맞을수도 있지만 사실상 틀렸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왕이자 진실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사용자가 그러한 것을 모르다는 말이 널리 퍼진 것일까?

그것은 사용자 리서치 등을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방법이 잘못된 것도 있고, 사용자가 전체 제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사용자에게 개선사항이나 요구사항을 물어볼때 우리는 흔히 아래와 같이 질문을 한다.

'무엇을 원하시나요?'
'무엇을 개선하면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근본적인 개선을 유발시키지 못한다. 이런 질문들은 기존의 기능 위에 쓸모없는 볼썽 사나운 기능만을 덕지 덕지 붙이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된다.

사용성을 개선하고 뭔가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질문을 아래와 같이 바꿀 필요가 있다.

'불편한 것이 무엇입니까?'
'어떤 부분이 불쾌한 경험을 하게 하였습니까?'

우리가 생각할 때는 두가지 경우의 질문에 사용자들이 같은 답을 할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위의 경우에는 기존의 제품과 기능에서 불편하거나 실제 개선해야할 부분보다 자신이 이해하기에 제품에 더 필요할 것 같은 또는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얘기하게 되고, 아래의 경우에는 실제적으로 제품에 집중하여 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때 한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사용자에게 개선 방법을 묻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용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특정 부분을 변경할 경우 그 변경이 전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실제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을 고를때 옷의 모양, 색깔 등은 바로 그 순간에 변화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를 살 때에도 가구의 배치, 조명의 차이 등에 대한 결과도 시뮬레이션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실제적으로 변경에 대한 영향을 직접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드웨어는 부분부분의 개선이 전체의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부분부분의 개선이 곧 전체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 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로는 사용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예를 들면, 최근의 스마트폰의 확대로 인해 불거지게 된 인터넷 뱅킹을 들 수 있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 이전에 누구도 인터넷 뱅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금융권은 매번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것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구도 우리에게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우리에게 불쾌한 경험을 하게 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미 지긋지긋한 액티브엑스의 충돌 때문에 브라우저와 운영체제의 여러 문제들에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그것이 사용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귀기울여 듣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금융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야기된 이러한 변화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진정 사용자가 원하는 소원, 요구를 파악하고 그것에 근접하게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사용자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희망이 없다. 어쩌면 정말 일순간에 전부 공멸해버릴지도 모른다.

댓글

  1. trackback from: 엡케알의 생각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 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답글삭제
  2.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 스티브 잡스, 비즈니스위크, 1998년 5월 25일 인터뷰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프로젝트의 3요소 - Project Management

프로젝트는 예산, 일정, 품질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 3가지 요소 외에도 개발 범위, 팀워크, 자원 조달 등 여러가지 요소들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는다면 예산, 일정, 품질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요소들은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완료하는 순간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프로젝트의 성과를 제한하게 된다. 위의 요소들을 잘 통제한다면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실패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란 그런 면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목적한 바를 제한된 기간내에 최소의 비용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도식화 한다면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그림에 보는 것처럼 일정과 품질, 예산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 상호 연관되어 작용하게 된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많은 방법론들의 가정에는 위의 요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들이 설정되어 있다. 조직에서 어떤 특정한 방법론을 도입한다는 것은 그런 가정에 동의하는 것이고 그러한 철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기 때문에, 방법론을 채택하기 전에 조직의 근본 문제와 문화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위의 요소들 외에 고려해 볼 사항은 위의 요소들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과 예산, 목적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변할 가능성이 매우 큰 요소들이다. 대부분의 방법론은 이러한 변동성에 대한 안전장치들을 가정해서 세워져 있다. 변동성의 측면에서 위의 요소들을 다시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이 가정할 수 있다. 위의 그림을 일부 해석해 본다면 일정이 늘어난다면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범위가 변경되어도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범위와 일정은 상호 의존적이 된다. 만약 위 3가지 요소의 변동성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면 프로젝트는

내 인생 첫 차량 구매 후기 - 쉐보레 스파크

다사다난한 2011이 끝나고.. 2012년이 밝았군요.. 머.. 저는 언제나처럼 설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별다르게 주변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만.. TV고 어디고 간에 새해가 밝았다 하니 그런가 합니다.. 저는 어제 저녁 아내님이 2도 화상을 입으시는 바람에 송구영신 예배나 새해 맞이 예배는 가지도 못했고.. 그냥 한해의 액땜을 제대로 했구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출장 가기 전에 체력 비축하고 있습니다... 아.. 그냥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간만에 좀 뒹굴거리는것 같네요.. 어쨌든 새해 첫날 먼가 참신한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소재가 그렇게 뉴턴의 사과처럼 머리로 떨어져주는건 아니니.. 지난 해 진행했던 카드 소팅 결과는 참여하신 분들이나 기다려주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소재는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차일 피일 미루던 제 인생 첫 차량 구매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제가 운전을 잘 하거나 차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제가 차량을 구매하게 된 동기는 .. 그렇습니다.. 애들 때문입니다. 자녀가 둘이 되니.. 엄마, 아빠의 팔뚝 힘으로는 더 이상 외출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차를 구매해야겠다고 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역시 언제나 부족한 것은 총알이죠.. 그래서 당연히 경차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에 경차는 딱 두가지입니다.(지금은 레이라고 새로 나와서 세가지가 되었지만.. 제가 차를 구매할때는 두 종류였습니다.) 선택이라고 할것도 없죠.. 현대 차는 고객을 개새끼로 아는 현대의 투철한 정신에 절대 사고 싶지 않았고.. 쉐보레는 옛날 대우 생각을 하면 이것도 역시 사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 저기 얘기를 들어보니 쉐보레로 변하면서 차 좋아졌다.. 쉐비케어가 진리다.. 라는 얘기에.. 그냥 스파크 구매로 결정했습니다

비츠 스튜디오 버즈 플러스(투명) 사용 후기

제 내자분은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습니다. 그게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작년에 혹시나 해서 앤커 사운드코어 라이프Q35를 구매해서 조공해봤지만 결국은 안쓰시더라구요. 그래서 작년 추운 겨울에 제가 귀마게 용으로 잘 사용해왔는데.. 여름이 되니.. 와.. 이건 너무 덥고 무거워서 못쓰겠더라구요. 아이폰도 사고 애플 워치도 샀으니.. 다음은 에어팟인데....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는 에어팟 프로 2는 ... 네... 너무 비싸더라구요... 이건 내자분께 얘기해봐야 결제가 될리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차에.. 네.. 저는 봐버리고 말았습니다. 비츠 스튜디오 버즈 플러스의 그 영롱한 투명 버전의 자태를... 급 뽐뿌가 왔지만.. 여전히 20만원의 고가더라구요... 초기 출시 시기에 이벤트로 16만원 정도 했던거 같은데.. 그정도 가격이면 선 결제 후 보고 하면 될거 같은데.. 20만원은 너무 너무 비싸서 침만 삼키던 차에.. 당근에 15만원에 올라온 물건을 덥석 물었습니다. 애플 뮤직 6개월 프로모션 코드도 사용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제품이라서 그냥 질렀습니다. 이상하게 인터넷이 실제 리뷰 게시물을 찾기 힘들어서.. 고민을 잠깐 했지만.. 그 투명하고 영롱한 자태에 그만... 어쨌든 구매하고 한달 정도 사용해본 후기를 간단하게 남겨봅니다. 1. 노이즈 캔슬링은 기대한 것과는 좀 다르고 앤커 사운드코어 라이프Q35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은 활성화하면 이게 소리를 막아준다기보다는 주변의 작은 소음만 제거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옆에서 소근 거리는 소리나 선풍기 바람 소리 같은 작은 소리들이 사라지고 음악 같은 내가 듣고자 하는 소리가 굉장히 뚜렸해지만 지하철 안내 방송 같은 조금 큰 소리는 그냥 들립니다. 그래서 주변음 허용 모드를 켜보면 너무 시끄러워서 안쓰게 되더라구요. 전 에어팟 프로 2를 사용해 본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주 못쓸 정도의 성능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2. 저는 귓구멍이 너무 작아서 XS 사이즈의 이어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