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의 깨진 유리창 - 전화 메시지의 역발상

사용성이란 무엇일까?

사용성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무엇을 연상하고 있는 것일까? 시중에는 수많은 사용성 테스트 도서가 있고 검색엔진을 통해서도 수많은 방법론과 측정 지표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사용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가장 불만인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자신의 입장(개발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불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아주 사소한 부분 즉, 깨진 유리창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가지 예로 들어본다면..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을 경우 메시지를 생각해 보자..

너무 자주 듣는 메시지이지만 막상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메시지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정보만을 취득할 뿐 그 메시지의 내용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나 자주 들어서 아주 당연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 메시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을 경우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 삐 소리가 나면 통화료가 부과되오니 원하지 않으실 경우 끊어주시기 바랍니다.'

전화사업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기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위 메시지에서 먼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는가?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매우 직관력과 통찰력이 풍부한 테스터가 될 자격이 충분한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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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란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불라 불라..'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고객님의'라고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고객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전화 통화를 원하는 상대방이 아니라 전화 사업자의 고객이다. 즉, 내가 전화 통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내가 통화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화 사업자의 일개 고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고객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회사의(개발자 자신의) 입장이 반영된 메시지이다.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화 사업자가 고객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고객을 진정 생각한다면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더 좋지 않을까?

'통화를 원하시는 분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메시지를 남기시기 원하시면 삐 소리 이후 소리샘에 메시지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삐 소리 이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만약 위와 같이 메시지를 바꾼다면 위 메시지는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통화를 원하는 사람이 전화 사업자의 일개 고객이 아니라 내가 통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강력한 느낌...

실제로 소프트웨어에를 사용하면서 출력되는 많은 알림메시지, 경고메시지 등도 잘 읽어보면 철저하게 개발자의 시선에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이다.

우리는 매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다.

이것은 개발자 뿐만 아니라 테스터도 마찬가지이다. 테스터가 고객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많은 테스터가 실제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그런 훈련과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도 많지 않다.

그나마 깨어 있는 테스터들도 고객의 입장에서 결함을 서술하고 주장한다면 회사의 반역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하는 사람, 그것을 구현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테스트 하는 사람 .. 여러분은 정말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