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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재미 그리고 학습 -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 10점
라프 코스터 지음, 안소현 옮김/디지털미디어리서치
논문을 못 써 졸업은 못했지만 난 대학원도 다녔었다.
내 전공은 게임 QA이다. 정확히는 게임 디자인이지만..
그리고 내가 처음 테스터를 시작한 것도 게임업계였다.

지금은 어찌 어찌 게임 업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직도 게임 업계에 대한 향수는 가득하다.
물론 당연한 듯이 반복되는 철야 근무와 박봉을 감수하고 돌아갈 수 있는 형편은 이제 아니다.
불러주지도 않지만.

내가 게임을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할때 난 교사의 꿈을 접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다 어찌 어찌 해서 게임을 테스트 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게 되었다.

게임을 테스트 하면서 게임 테스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말 그대로 기능을 확인하는 일반적인 테스팅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게임의 재미를 평가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기획 의도가 정확히 구현이 되었는지, 사용자가 기획자(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게임의 목표에 도달하는지, 아니면 그냥 말 그대로 재미는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게임 QA 또는 테스터가 모인 자리에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는 바로 재미이다.
하지만 쉬운듯 간단한 듯 보이는 이 한 단어를 막상 테스팅 하고 측정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경우는 ISO/IEC 9126 표준에 준해서 측정하는 조직도 있다.

여러분은 게임의 재미를 어떻게 측정하시겠습니까?
아직까지 난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물론 일부 맘에 드는 의견과 조언을 해주시는 귀한 분들도 있지만 문제는 그들의 의견대로 게임을 찍어낸다고 해도 그 게임이 꼭 대박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 회사는 게임을 많은 유저가 즐겨서 이득이 발생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걸 증명해 내야할 필요가 있다.
하다 못해 유저가 어떤 것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지라도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UX와 관련된 부서들이 게임회사마다 하나씩은 꼭 있다.
사설이 조금 길어졌는데..
결론은 하나다.. 재미란 무엇인가? 게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아주 유익한 책을 한권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라프코스터의 재미이론'이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씩은 읽었다는 필독서이므로 아직 읽어보시지 못한 분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세월이 흘러 생각날때마다 꺼내 보아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사해주는 아주 귀한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재미에 대한 내용이고 뒷부분은 게임의 예술성에 대한 내용이다.
아래에 적는 내용은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기존에 내가 생각하고 사고 실험을 했던 부분이 무작위로 섞여 있기 때문에 꼭 책을 읽어보시기 바라는 바이다.

재미..

재미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사전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게임 또는 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경우는 무척 많다.
재미라는 것을 어떤 경우에는 단순한 호르몬의 작용이나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 애매모호한 감정은 어쨌든 분명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감정을 게임, 놀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놀이란 무엇일까?
새끼 고양이 2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장면이나 강아지가 주인이 던진 원반을 물어 가져오는 장면을 상상해 봅시다.
여러분은 그런 장면에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시나요?
우리는 대부분 이 장면을 고양이와 강아지가 논다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고양이와 강아지는 본능에 따른 사냥 행동을 연습한 것이 진실입니다.
고양이는 형제의 꼬리를 쥐로 생각하고 사냥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강아지는 움직이는 것은 물어뜯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역시 사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사냥은 생존과 연결된 것입니다.

즉, 놀이는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인간도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놀이에 과연 재미가 있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인간은 농경문화를 이룩합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인간은 풍요로워졌고 일정 부분은 게을러졌습니다.
물론 지배계층이라는 부작용이 생겼고 부는 지배계층에 편중되었죠.
그러한 지배계층에게 놀이는 이제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더 이상 활쏘기, 창던지기 와 같은 행동이 생존과는 아무런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사냥도 귀족들의 유희활동이 되었죠.
전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놀이에서 재미라는 것이 파생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제 지식이 부족해서 이것은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학습입니다.
재미를 떠나서 놀이의 근저에는 학습이라는 것이 깔려 있습니다.
라프코스터는 이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게임의 재미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는 바입니다.
제 생각은 놀이가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단순히 습득하는 단계에서 단순한 여가 활용 단계로 넘어가면서 투자와 유지의 입장에서 일정 정도 간극이 벌어졌고 그 간극에 대해 학습에 대한 성취감이 부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성취감이 재미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고 세월이 흘러가면서 놀이는 더욱더 학습 위에 재미라는 포장이 더 두껍게 쌓였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재미라는 껍질이 너무 두꺼워서 재미에만 집중할 뿐이지 막상 그 근저를 이루는 학습의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게임의 재미을 테스팅하기 위해서는 이 학습패턴에 대해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어떻게 학습을 하는지? 학습의 단계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기존에 학습한 것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패턴화 시키는지? 에 대해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정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다면 재미도 일정 부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글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지만 더 자세한 내용을 꼭 한번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관련해서 또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 보았으면 합니다.

결과적으로 라프코스터의 재미 이론에 5점 만점에 4.9를 허하는 바입니다.

최근에 다시 한번 읽었는데 또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깊이 연구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뒷부분의 게임이 예술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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