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리는 왜 루팅을 하는가?

3월 23일에 올라간 칼럼으로 조회수 652를 기록했습니다.

--------------------------------------------------------------------

오늘의 이야기는 루팅입니다.

루팅이란 쉽게 말한다면 관리자 권한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관리자 권한이라 하면 운영체제와 시스템의 모든 설정에 대한 접근, 수정, 통제 권한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이런 관리자 권한을 획득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리자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보안을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단말을 루팅해서 사용합니다.

우리는 왜 루팅을 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이클레어 시절 제조사의 프로요 업그레이드가 늦어지면서 부족한 내장메모리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루팅과 커스텀 롬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프로요에서는 앱을 내장메모리가 아닌 외장메모리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제조사가 해결해주지 않는 터치 개수, 터치 감도, 스크롤 속도, 프레임, 폰트 변경, 런처 변경 등
여러 설정 등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광고를 차단하거나 방화벽을 설치하고 CPU를 오버 클럭할 수도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 나만의 폰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루팅은 꼭 한번쯤은 해볼 만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다면 나쁜 점도 있습니다.

루팅은 말 그대로 시스템의 여러 설정 등을 변경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흔히 벽돌이 된다고 표현하는 말 그대로 폰이 먹통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루팅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 정보들을 잘 읽어보고 시도해야합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보안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은행 앱들은 루팅된 단말에서는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조사의 AS 센터에서는 루팅된 단말은 AS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제조사들은 사용자가 루팅을 하고 커스텀 롬을 적용하지 못하도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합니다.

모토로라나 LG의 단말들은 루팅이나 커스텀 롬을 적용하기 정말 힘듭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루팅을 불법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루팅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루팅은 윈도우로 말한다면 일반 계정이 아닌 관리자 계정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윈도우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윈도우의 설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관리자 계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윈도우에서 관리자 계정으로 작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불법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즉, 루팅 자체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물론, 제조사의 약관에 따라 루팅을 통해 시스템을 변경했다면 계약 위반으로 정당한 AS를 받지 못하는 것은 감내해야 할 문제입니다.

단, 루팅 이후 변경한 사항이 센스 UI가 포함된 커스텀 롬을 사용하거나 유료 앱을 추출하여 배포하는 경우는 저작권 위반으로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루팅 자체가 불법이라기보다는 루팅 이후 사용자가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그 행위는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루팅을 통한 시스템 변경이 불법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많고, 법원의 유권 해석은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분들은 루팅을 하지 않습니다. 어렵기도 하고 불법이라는 말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가지지 못한 나만의 폰을 만들기 원하신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루팅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만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루팅이 모든 단말에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많지 않은 단말은 루팅 방법이 공유되지 못한 단말도 있고, 루팅을 해도 사용자가 변경을 할 만한 컨텐츠를 구할 길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지만 리눅스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절대로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루팅마저 빈익빈 부익부인 세상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년 차 테스터가 고른 최근 IT 소식: 기술의 속도, 그리고 사람의 자리

20년 넘게 IT 업계에서 테스팅하고 강의하고 공부하고 여러 일을 해왔지만... 정말이지 단 하루도 편하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 가속화된 AI의 물결은 기술의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협업하고, 조직을 이끄는 방식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수많은 뉴스레터와 아티클을 훑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사람, 조직, 그리고 커리어의 본질’을 찌르는 글 몇 개가 눈에 띄어 메모해 둡니다. 제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는 6가지 이야기입니다. --- 1. 인지부채(Cognitive Debt): 바이브 코딩 시대에 우리가 지게 되는 진짜 빚 (출처: ROBOCO - 인지부채: 바이브 코딩 시대의 새로운 부채 관리법 / 정도현 수석 컨설턴트 ) 요즘 커서(Cursor)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를 붙여 "이거 만들어줘" 하고 승인(Approve) 버튼만 누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코드베이스가 완성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입니다. 그런데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데, 정작 서비스에 장애가 나면 "AI가 짜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이 나오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정도현 컨설턴트는 이를 '인지부채(Cognitive Debt)'라고 정의합니다. 코드는 쌓이는데, 정작 인간의 시스템 이해도는 쌓이지 않는 격차죠. * Human-in-the-loop의 환상: AI가 초당 수백 줄을 뽑아내는데 사람이 일일이 검토한다? 결국 검토자는 병목이 되고, 시간 압박에 쫓겨 영혼 없이 승인 버튼만 누르게 됩니다. 40년 전 자동화 연구(Bainbridge, 1983)가 지적했듯, 자동화될수록 사람은 감시만 하다가 정작 개입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숙련도를 잃어버립니다. * 부채는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 AI가 만든 모든 코드를 사람이 외울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

우리는 AI로 '더 빠른 말'을 키우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20년 넘게 IT 현장에서 뒹굴거렸는데... 요즘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일하는 방식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UX 관련 글 하나가 가슴을 쿵 치고 지나갔습니다. UX 및 디지털 트렌드를 다루는 블로그 ux4dotcom에 올라온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라는 글입니다. (출처: ux4dotcom -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 ) 혁신을 말할 때 늘 인용되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범위 안에서만 미래를 상상합니다. 말만 탈 줄 아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상상 밖의 범주(Mental Model)니까요. 저자는 그동안 UX(사용자 경험)라는 학문과 필드 자체가 '더 빠른 말을 만드는 일(기존 과업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마찰(Friction)을 줄이고, 화면을 간소화하고, 기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해 주는 작업 말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도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이메일을 작성하고, 문서 요약을 3초 만에 끝내고, 프레젠테이션 장표나 일정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일. 분명 유용하고 저 역시 매일 요기하게 쓰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의 프로세스를 흉내 내어 속도만 올린 것(Faster Horse)'에 불과합니다. 정작 "이 워크플로우 자체가 과연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자동화 편향'과 '대중적 불신' 을 고려 AI 테스팅 시나리오 설계

최근 생성형 AI나 자율주행, 에이전트 기술의 테스팅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우리가 당연하게 전제(Assumption)로 깔고 가는 중요한 인간 행동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화 편향성(Automation Bias)'입니다. 인간은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스마트해질수록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주의력을 놓아버립니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켜고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운전자라던지 AI 의료 진단 보조 도구가 내놓은 결과를 의사가 깊은 의심 없이 그대로 승인해 버리는 현상이라던지 AI 챗봇이 추천한 잘못된 정보를 사용자가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케이스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AI를 너무 믿어서 발생하는 위험"을 핵심 리스크로 정의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안전장치(Safety Guardrail)나 경고 알림, 오용 방지(Misuse) 테스팅 시나리오를 도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Gizmodo에 보도된 미국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출처: Gizmodo - Survey Finds Americans See AI as Comparable to Humans—It’s Making Them Trust It Less )   기사에서 언급된 설문조사의 결과는 AI가 사람을 닮아갈수록 완벽함에 대한 기대와 실수가 충돌하고 책임이 모호해져 대중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AI에 대한 인지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대화/추론 능력을 보일 때 유저가 느끼는 '인지적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정량 지표로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가 좋다/나쁘다"를 넘어, 의인화(Anthropomorphism)의 수준과 신뢰도(Trust)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입증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