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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AI로 '더 빠른 말'을 키우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20년 넘게 IT 현장에서 뒹굴거렸는데... 요즘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일하는 방식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UX 관련 글 하나가 가슴을 쿵 치고 지나갔습니다. UX 및 디지털 트렌드를 다루는 블로그 ux4dotcom에 올라온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라는 글입니다.

(출처: ux4dotcom -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

혁신을 말할 때 늘 인용되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범위 안에서만 미래를 상상합니다. 말만 탈 줄 아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상상 밖의 범주(Mental Model)니까요.

저자는 그동안 UX(사용자 경험)라는 학문과 필드 자체가 '더 빠른 말을 만드는 일(기존 과업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마찰(Friction)을 줄이고, 화면을 간소화하고, 기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해 주는 작업 말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도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이메일을 작성하고, 문서 요약을 3초 만에 끝내고, 프레젠테이션 장표나 일정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일.

분명 유용하고 저 역시 매일 요기하게 쓰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의 프로세스를 흉내 내어 속도만 올린 것(Faster Horse)'에 불과합니다. 정작 "이 워크플로우 자체가 과연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는 AI 시대의 UX는 화면(Interface)이 아니라 의도(Intention)를 설계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글에서 제시하는 파티 플래너 예시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지금의 AI 서비스는 파티 초대장을 보내고, 레시피를 찾고, 식당을 예약하는 과정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파티를 기획하는 일'이 아닙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기획과 예약이라는 과정은 단지 '의도'와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마찰(Friction)일 뿐입니다.

AI의 진짜 혁신은 기존 워크플로우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마찰이 되는 과업(Work)의 카테고리 자체를 삭제해 버리는 것에서 나옵니다.

사람들은 검색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해'를 원합니다.

사람들은 입력 폼과 소프트웨어를 원하는 게 아니라 '결과와 목적 달성'을 원합니다.

결국 AI가 인간의 '의도(Intention)' 수준에서 직접 작동하기 시작하면, 앞으로의 UX와 소프트웨어 설계는 화면 스크린(UI)을 정교하게 그리는 단계를 넘어설 것입니다. '인간의 의도(Intention), 신뢰(Trust), 그리고 인간과 AI 시스템 간의 협업 구조를 설계하는 일'로 거대한 축 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그동안 AI를 '내 단순 반복 업무를 빠르게 대신해 주는 유능한 일꾼' 정도로만 가둬두고 바라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UI 화면을 지우고, 기존의 수많은 절차를 통째로 들어내는 식의 사고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AI라는 엄청난 엔진을 달고서도 고작 '조금 더 빠른 마차'를 몰고 있는 꼴일지도 모릅니다.

인터페이스 자체가 '더 빠른 말'이 되어버린 순간을 귀신같이 포착해 내고, 과감히 그 인터페이스 너머의 '진짜 의도'를 설계하는 사람. AI 시대에 진짜 살아남는 아키텍트와 디자이너는 바로 그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요즘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거에서 벗어나..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거나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수많은 선택의 문제를 AI의 판단을 빌려 좀 더 사람이 기대하는 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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