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초보자모드, 전문가모드의 함정

사용성 테스트를 하다보면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의 UI 기획 회의 때 종종 듣는 것 중 한가지..

그리고 사용성 테스트에서 참가자를 뽑을때도 종종 듣게 되는 것 한가지..

그것은 사용자를 초보자와 전문가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초보자와 전문가를 정확히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초보자와 숙련자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해도 우리 제품에 대한 인지적 능력, 과업 수행 능력 등의 차이 정도이다.

그렇다면 초보자와 숙력자를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여러 방법 중 하난 일단의 사용자 그룹 내에서 각 사용자들의 인지적 능력, 과업 수행 능력 등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으로 크게 2가지를 측정한다.

첫번째는 어떤 기능 혹은 상호 연관되어 동작하는 일단의 기능의 사용법을 아는가? 모르는가? 이다.

두번째는 알고 있는 기능이 얼마나 많은가이다.

그런데 만약 100개의 기능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몇개의 기능을 알고 있다면 전문가인 것일까?

만약 100개의 기능을 모두 알고 있고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 사람이 정말 전문가일까?

워드프로세서에서 표를 만들 줄 아는 것과 표를 꾸며서 문서를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르다.

똑같이 표에 대한 기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응용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작업을 수행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표를 만드는 것 이상의 작업은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응용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전문가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초보자일까?

표를 만드는 기능을 모르는 사람은 그럼 어떤 사람인걸까?

결론은 우리가 초보자와 전문가라는 일련의 단계를 설정하고 사람들을 나열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경우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UI를 초보자 모드와 전문가 모드로 구분해서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 모드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기능 이상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어려 방식 중 한가지를 선택하고 그 방식을 고수한다.

제품의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고수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하지만 초보자와 고수 중 누가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것일까? 제품의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는 고수들은 그 기능들을 실제로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

기능은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노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 모드는 많은 경우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노출되지 않는다. 전문가 모드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작업을 더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작업을 시도하지 않는다. 처음 자신이 접하는 화면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없다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예전에 내가 알던 모 게임은 게임 중간에 인터페이스가 확장되도록 설계된 게임이 있었다.

사용자가 일정 시간 게임을 할 수록 점점 인터페이스가 증가하도록 설계된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 게임은 곧 사라져버렸다.

이유인즉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사람들은 기존 인터페이스의 확장으로 인식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인식을 했다.

즉, 사용자들은 주기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학습하도록 강요를 받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결론적으로 게임은 매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임의적으로 변하든 그렇지 않든 사용자를 초보자와 전문가로 구분하여 설계되는 대부분의 인터페이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학습률, 기억 쇠퇴율 등이 동일하지 않고 그것을 수치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은 사용 전에 사용자의 수준을 측정하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하기도 전에 이러한 질문을 받는 것은 꽤나 불쾌한 기분이다.

일단의 적응형 인터페이스라 불리는 이러한 시도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떤 시도든 간에 사용자를 당황스럽게 하고 사용자들이 학습한 일단의 습관을 흔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새롭게 버전업 되는 제품의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오피스 2010에서 리본 인터페이스로 바뀌었을때의 혼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짧은 경력으로 여기 저기 테스트를 하러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어떤 인터페이스가 좋은 인터페이스인지 대충 감이 오는때가 있다. 써보고.. 아.. 하는 그런 인터페이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인터페이스는 처음에는 배우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다.

단순하고 명확하고 구분이 용이한 인터페이스가 좋다. 딱 보았을 때 아! 이것은 무슨 기능을 하는거구라고 느낌이 오는 인터페이스..

학습의 용이성, 단순한 수행 과정, 최소화된 설명, 최소의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인터페이스..

그런 의미에서 안드로이드의 인터페이스는 지금도 잘 적응이 되지 않을때가 많다.

앱마다 기능 버튼의 동작이 모두 틀리고 작동하는 방식도 모두 틀리다.

안드로이드의 사용성 테스트 결과를 분석하고 조언할 때 어려운 점은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조언해줄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용자를 구분하고 줄을 세워서 여러 계층으로 설계하는 인터페이스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를 초보자와 전문가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인터페이스는 여러 계층의 사용자들을 위해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시도는 디자이너나 기획자들이 제대로 된 좋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에둘러 돌아가는 핑계있는 무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결정권자의 유유부단함도 한몫을 한다. 그들은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사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합리화 시킨다. 하지만 정말 그런것일까?

여러분은 정말 좋은 인터페이스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한 인터페이스,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는 일종의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갖게 된다.

정말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 하여금 사용자가 수행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용자가 내가 여기서 무엇을 선택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해준다.

사용자가 수행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인터페이스라면 사용자는 그 인터페이스에 중독에 가까운 습관을 형성하고 곧 매니아가 될것이다. 이것은 곧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애플의 성공신화 그리고 애플이 매니아를 만들어내는 마력은 이러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1. mickeyjiwan30/9/11 20:18

    the old new thing의 초반부에 나왔던, 'why doesn't windows have an 'expert mode' 부분이 기억이 나네요.  전문성을 수치화 할 수 잆고 어쩌구 저쩌구 다 까먹었음 ㅋ . 한 분야의 전문가가 다른 분야에는 전문가가 아닐수 있다, 이런 내용이였는데 그때는 그래서 2000년대 부터 professional, server, advanced server, data center로 나뉘다가 xp부터 home, pro, tablet, enterprise으로 나뉘었다는 근데... 그게 그거 아닌가. 이름만 바꾸고 ㅎ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년 차 테스터가 고른 최근 IT 소식: 기술의 속도, 그리고 사람의 자리

20년 넘게 IT 업계에서 테스팅하고 강의하고 공부하고 여러 일을 해왔지만... 정말이지 단 하루도 편하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 가속화된 AI의 물결은 기술의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협업하고, 조직을 이끄는 방식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수많은 뉴스레터와 아티클을 훑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사람, 조직, 그리고 커리어의 본질’을 찌르는 글 몇 개가 눈에 띄어 메모해 둡니다. 제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는 6가지 이야기입니다. --- 1. 인지부채(Cognitive Debt): 바이브 코딩 시대에 우리가 지게 되는 진짜 빚 (출처: ROBOCO - 인지부채: 바이브 코딩 시대의 새로운 부채 관리법 / 정도현 수석 컨설턴트 ) 요즘 커서(Cursor)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를 붙여 "이거 만들어줘" 하고 승인(Approve) 버튼만 누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코드베이스가 완성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입니다. 그런데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데, 정작 서비스에 장애가 나면 "AI가 짜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이 나오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정도현 컨설턴트는 이를 '인지부채(Cognitive Debt)'라고 정의합니다. 코드는 쌓이는데, 정작 인간의 시스템 이해도는 쌓이지 않는 격차죠. * Human-in-the-loop의 환상: AI가 초당 수백 줄을 뽑아내는데 사람이 일일이 검토한다? 결국 검토자는 병목이 되고, 시간 압박에 쫓겨 영혼 없이 승인 버튼만 누르게 됩니다. 40년 전 자동화 연구(Bainbridge, 1983)가 지적했듯, 자동화될수록 사람은 감시만 하다가 정작 개입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숙련도를 잃어버립니다. * 부채는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 AI가 만든 모든 코드를 사람이 외울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

우리는 AI로 '더 빠른 말'을 키우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20년 넘게 IT 현장에서 뒹굴거렸는데... 요즘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일하는 방식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UX 관련 글 하나가 가슴을 쿵 치고 지나갔습니다. UX 및 디지털 트렌드를 다루는 블로그 ux4dotcom에 올라온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라는 글입니다. (출처: ux4dotcom -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 ) 혁신을 말할 때 늘 인용되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범위 안에서만 미래를 상상합니다. 말만 탈 줄 아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상상 밖의 범주(Mental Model)니까요. 저자는 그동안 UX(사용자 경험)라는 학문과 필드 자체가 '더 빠른 말을 만드는 일(기존 과업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마찰(Friction)을 줄이고, 화면을 간소화하고, 기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해 주는 작업 말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도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이메일을 작성하고, 문서 요약을 3초 만에 끝내고, 프레젠테이션 장표나 일정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일. 분명 유용하고 저 역시 매일 요기하게 쓰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의 프로세스를 흉내 내어 속도만 올린 것(Faster Horse)'에 불과합니다. 정작 "이 워크플로우 자체가 과연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자동화 편향'과 '대중적 불신' 을 고려 AI 테스팅 시나리오 설계

최근 생성형 AI나 자율주행, 에이전트 기술의 테스팅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우리가 당연하게 전제(Assumption)로 깔고 가는 중요한 인간 행동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화 편향성(Automation Bias)'입니다. 인간은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스마트해질수록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주의력을 놓아버립니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켜고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운전자라던지 AI 의료 진단 보조 도구가 내놓은 결과를 의사가 깊은 의심 없이 그대로 승인해 버리는 현상이라던지 AI 챗봇이 추천한 잘못된 정보를 사용자가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케이스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AI를 너무 믿어서 발생하는 위험"을 핵심 리스크로 정의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안전장치(Safety Guardrail)나 경고 알림, 오용 방지(Misuse) 테스팅 시나리오를 도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Gizmodo에 보도된 미국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출처: Gizmodo - Survey Finds Americans See AI as Comparable to Humans—It’s Making Them Trust It Less )   기사에서 언급된 설문조사의 결과는 AI가 사람을 닮아갈수록 완벽함에 대한 기대와 실수가 충돌하고 책임이 모호해져 대중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AI에 대한 인지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대화/추론 능력을 보일 때 유저가 느끼는 '인지적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정량 지표로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가 좋다/나쁘다"를 넘어, 의인화(Anthropomorphism)의 수준과 신뢰도(Trust)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입증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