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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이 필요없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자신이 없으면 매뉴얼이라도 잘 만들어라.

솔직히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쓰면서 매뉴얼을 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보아도 내가 MS 워드를 쓰면서 MS의 사용자 설명서를 읽었던 기억은 없다.

옆사람을 통해서, 서점의 책을 통해서 알음 알음 배워서 사용을 했지, 사용자 설명서를 읽었던 기억은 없다.

여러곳을 테스트 하러 돌아다니다보면 많은 경우 매뉴얼이 없거나 매우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읽지도 않을 사용자 설명서를 만드는 것은 시간낭비, 돈낭비, 인력낭비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자 설명서가 없을거라면 소프트웨어 자체가 사용하기 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개발자에게 사용자들이 이러 이러한 것은 불편하거나 오해할 소지가 있으니 수정해 달라고 아무리 얘기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이다.

왜냐하면 개발자에게는 이미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완전히 익숙해져서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사용자 테스트를 수행해서 실제로 사용자들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실제로 실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두번째는 개발자에게 매뉴얼을 작성하게 하는 방법이다.

즉, 엉성하기 짝이 없는 언제 업데이트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최종 매뉴얼을 가져다 놓고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매뉴얼에 적힌것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웹 서비스에 로그인을 하는 기능이라면

많은 경우 사용자 설명서에는 해당 설명이 아예 빠져 있거나(실제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많은 개발자들은 사용자가 로그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용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로그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지만 어떤 경우에는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사용자가 찾지 못하거나 로그인이 필요없는 경우에도 로그인을 강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를 찾는데 매뉴얼이 나름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설명이 극히 부실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ID와 PW를 입력하고 로그인한다.'

여러분은 위의 문구만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가?

만약 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이미 로그인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는 경우이다.

실제로는 저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1. 올바른 ID와 PW를 입력해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하다고 무시하는 순간 사용성은 쭉쭉 떨어지게 되어 있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사용성을 높이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2. 올바른 ID와 PW는 사용자가 가입 당시 적은 ID와 PW이다.

위 사항을 반영하면 대충 이런 식으로 적게 된다.

'가입 당시 기입한 ID와 PW를 입력하고 로그인한다.'

이걸로 충분할까?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해보면 예외 사항 즉, 실패하는 경우를 추가해주면 더욱 좋다.

즉, 사용자가 ID와 PW를 잊은 경우에 해당하는 행동 절차를 추가해주면 좋다.

많은 사용자 설명서에는 ID와 PW를 잊어버렸을 때 행동 요령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이런 문구가 될 것이다.

'가입 당시 기입한 ID와 PW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선택하십시오. ID와 PW를 잊으신 경우 ( ) 로 ID를 찾거나 PW를 재설정 하실 수 있습니다.' (PW를 잊어버렸을 때를 사용자 설명서에 추가하는 것은 PW가 기억나지 않을 경우 서비스들마다 대처방안이 틀리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어떤 업체는 PW를 재발급 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문자나 이메일로 PW를 보내주는 곳도 있다.)

이걸로 끝일까?

하나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ID와 PW에 입력 가능한 문자값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가입 양식과 비교하며 테스트할 때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실제로 가입 양식의 ID에 입력 가능한 문자 수와 로그인 입력 필드에 입력 가능한 문자수를 다르게 제한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 황당하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문구는 이런 문구가 될 것이다.

'가입 당시 기입한 ID와 PW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선택하십시오. ID는 영문 대소문자, 숫자로 8자까지 입력 가능하며, PW는 영문 대소문자, 숫자, 특수문자를 포함하여 16자리 까지 입력 가능합니다. 한글은 입력하실 수 없습니다. ID와 PW를 잊으신 경우 ( ) 로 ID를 찾거나 PW를 재설정 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작성된 매뉴얼은 실제 테스트 케이스를 도출하거나 테스트를 수행할 때 테스트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매뉴얼에 적용된 사항이 제품에 반영되어야 하므로 제품이 가져야할 오류 허용성을 높이는 효과도 조금은 볼 수 있다.

얘기는 길어졌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많은 사람들이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매우 힘들어하고 귀찮아한다. 사용자들이 매뉴얼을 잘 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매뉴얼을 사용자를 위해서 만든다고 생각을 한다면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어서 매뉴얼을 일기라고 생각을 해보자.

매일 매일 개발되는 기능들에 대해서 일기를 적듯이 매뉴얼을 적는 습관을 가진다면 제품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매뉴얼이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건 확실하다.

하지만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고 숭늉이 우물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다.

사용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뉴얼이 필요없는 제품이 나올리 만무하다.

사용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 더 해보도록 하자.

난 그 첫걸음으로 많은 개발자들에게 꼼꼼하게 매뉴얼 작업을 하도록 독려하는 편이다.

내 경험상 많은 개발자들과 같이 꼼꼼하게 매뉴얼 작업을 하면서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제품에 대하여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나면 이후에는 정말 매뉴얼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제품을 개발하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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