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리는 왜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가?

우리 주변에는 하루에도 수도 없는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각종 제품, 서비스들이 정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사용자에게 선택을 받아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제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다.

어떤 제품은 살아남고 어떤 제품은 사라지는 것일까?

모든것이 마케팅의 힘일까?

대기업이 만들고 24시간 TV에서 선전만 하면 앉아서 돈을 버는 것일까?

그런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 있다.

지금은 그 제품이 아니더라 하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너무 많다.

그리고 어떤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제품을 사기 전에 이미 그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상세하게 알아낼 수 있다.

소비자는 점점 더 영악해지고 부지런해지고 있다.

즉,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는 겉멋만 잔뜩 들어서 그렇다.

우리나라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들을 보면 대체로 화려하다.

미려한 인터페이스, 화려한 효과들 (덤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고 번쩍이는 광고들..)

하지만 이렇게 겉멋만 잔뜩 든 제품들은 눈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사용하기는 불편한 경우가 많다.

겉멋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쓰기 편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이런 서비스들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미려해지기는 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결과이다. 이들이 미려해졌다고 해서 예전의 쓰기 편함이 사라져버리지는 않았다.

두번째는 제품을 개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대개 전형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데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가 된다는 점을 상상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보를 깨우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사용자 테스트이다. 실제 사용자를 관찰하게 함으로써 이 바보들을 깨우칠 수 있는데 이러한 방법으로도 깨우침이 없는 바보가 만든 제품은 99.99%의 확률로 시장에서 버림을 받을 것이고 조만간 회사는 망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제품을 만드는 이해관계자들은 바보가 되는 것일가?

많은 경우 이 바보들은 자신들을 전형적인 사용자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신념등을 자기 입장에서 합리화하거나 투사해 버린다.

하지만 전문가라면 사람의 행동과 신념은 복잡해서 절대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바꾸면 많은 경우 테스터가 일반 사용자를 대표 또는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테스터도 사용자를 대표 또는 대신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제품을 테스트할 때 전문적인 테스터의 테스트 이외에도 실제 사용자가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배려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테스터 또한 이러한 부분을 항상 고려해야만 한다.

테스터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사용자게에 요구되는 전문성 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테스터는 테스트를 수행하면서 제품 전체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간다.

하지만 사용자는 제품 전체에는 관심이 없다. 사용자는 오로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전문가가 되어간다.

여러분이 흔히 사용하는 엑셀이나 워드를 생각해보자. 여러분 자신에게 엑셀이나 워드에 과연 얼마나 많은 기능이 있는지 그 모든 기능을 다 아는지 물어보시기 바란다. 자기가 흔히 사용하는 기능 외에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엑셀이나 워드를 테스트한 테스터라면 아마 여러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실제 사용자와 테스터의 차이이다.

때문에 테스터는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문제점이나 생길 수 있는 오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항상 고민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절대로 제품에서 결함이 줄어드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제품을 원하는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그들 또한 일반적인 사용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개발하는 시스템은 분명 은행이 제품의 개발을 의뢰했지만 실제적인 사용자는 그 은행을 이용하는 다른 사용자들이다.

이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테스터라면 이 둘을 모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탐색하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테스터들이 자신이 사용자를 대표 또는 대신한다며 안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민하지 않는 테스터는 테스터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테스터가 있는 조직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대개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것은 비단 테스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사용자이다.

사용자를 배려하고 사용자를 고려하는 제품, 이러한 제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년 차 테스터가 고른 최근 IT 소식: 기술의 속도, 그리고 사람의 자리

20년 넘게 IT 업계에서 테스팅하고 강의하고 공부하고 여러 일을 해왔지만... 정말이지 단 하루도 편하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세상입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 가속화된 AI의 물결은 기술의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협업하고, 조직을 이끄는 방식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수많은 뉴스레터와 아티클을 훑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사람, 조직, 그리고 커리어의 본질’을 찌르는 글 몇 개가 눈에 띄어 메모해 둡니다. 제 평소 생각과 맞닿아 있는 6가지 이야기입니다. --- 1. 인지부채(Cognitive Debt): 바이브 코딩 시대에 우리가 지게 되는 진짜 빚 (출처: ROBOCO - 인지부채: 바이브 코딩 시대의 새로운 부채 관리법 / 정도현 수석 컨설턴트 ) 요즘 커서(Cursor)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를 붙여 "이거 만들어줘" 하고 승인(Approve) 버튼만 누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코드베이스가 완성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입니다. 그런데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데, 정작 서비스에 장애가 나면 "AI가 짜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이 나오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정도현 컨설턴트는 이를 '인지부채(Cognitive Debt)'라고 정의합니다. 코드는 쌓이는데, 정작 인간의 시스템 이해도는 쌓이지 않는 격차죠. * Human-in-the-loop의 환상: AI가 초당 수백 줄을 뽑아내는데 사람이 일일이 검토한다? 결국 검토자는 병목이 되고, 시간 압박에 쫓겨 영혼 없이 승인 버튼만 누르게 됩니다. 40년 전 자동화 연구(Bainbridge, 1983)가 지적했듯, 자동화될수록 사람은 감시만 하다가 정작 개입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숙련도를 잃어버립니다. * 부채는 0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 AI가 만든 모든 코드를 사람이 외울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

우리는 AI로 '더 빠른 말'을 키우고 있는걸까요? 아니면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20년 넘게 IT 현장에서 뒹굴거렸는데... 요즘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온 일하는 방식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읽은 UX 관련 글 하나가 가슴을 쿵 치고 지나갔습니다. UX 및 디지털 트렌드를 다루는 블로그 ux4dotcom에 올라온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라는 글입니다. (출처: ux4dotcom - Beyond Faster Horses — Why AI Challenges One of UX's Oldest Assumptions ) 혁신을 말할 때 늘 인용되는 헨리 포드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범위 안에서만 미래를 상상합니다. 말만 탈 줄 아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상상 밖의 범주(Mental Model)니까요. 저자는 그동안 UX(사용자 경험)라는 학문과 필드 자체가 '더 빠른 말을 만드는 일(기존 과업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마찰(Friction)을 줄이고, 화면을 간소화하고, 기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해 주는 작업 말입니다. 실제로 주변을 봐도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도 대부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이메일을 작성하고, 문서 요약을 3초 만에 끝내고, 프레젠테이션 장표나 일정표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일. 분명 유용하고 저 역시 매일 요기하게 쓰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존에 인간이 하던 일의 프로세스를 흉내 내어 속도만 올린 것(Faster Horse)'에 불과합니다. 정작 "이 워크플로우 자체가 과연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자동화 편향'과 '대중적 불신' 을 고려 AI 테스팅 시나리오 설계

최근 생성형 AI나 자율주행, 에이전트 기술의 테스팅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우리가 당연하게 전제(Assumption)로 깔고 가는 중요한 인간 행동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화 편향성(Automation Bias)'입니다. 인간은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스마트해질수록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주의력을 놓아버립니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켜고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운전자라던지 AI 의료 진단 보조 도구가 내놓은 결과를 의사가 깊은 의심 없이 그대로 승인해 버리는 현상이라던지 AI 챗봇이 추천한 잘못된 정보를 사용자가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케이스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AI를 너무 믿어서 발생하는 위험"을 핵심 리스크로 정의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안전장치(Safety Guardrail)나 경고 알림, 오용 방지(Misuse) 테스팅 시나리오를 도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Gizmodo에 보도된 미국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출처: Gizmodo - Survey Finds Americans See AI as Comparable to Humans—It’s Making Them Trust It Less )   기사에서 언급된 설문조사의 결과는 AI가 사람을 닮아갈수록 완벽함에 대한 기대와 실수가 충돌하고 책임이 모호해져 대중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AI에 대한 인지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대화/추론 능력을 보일 때 유저가 느끼는 '인지적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정량 지표로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가 좋다/나쁘다"를 넘어, 의인화(Anthropomorphism)의 수준과 신뢰도(Trust)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입증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