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저녁이 있는 삶??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걸까?

요 며칠 누리망을 따끈따끈하게 데우고 있는 글이 있습니다.

조성문님의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 – 가족 중심 문화의 중요성' 그리고 윤석찬님의 '나의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 입니다.

각각, 미국과 우리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슴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제의 글은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이 우리 나라에서 IT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다보면 매년 제기되는 문제입니다.

계속되는 야근과 철야로 얼룩진 망가진 삶.. 애인도 없고, 결혼을 해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모 기업의 사장은 컨퍼런스에 나와서 이 제품을 개발하느라 이혼한 개발자도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분명 우리 나라의 노동자는 대체로 비참하게 산다고 봅니다.이게 자신의 노력만으로 개선이 가능한지는 저는 조금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많은 것을 포기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과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여줄 제도적 장치와 문화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노력은 정말 비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나름 다른 많은 IT 노동자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리고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나름 정시 출근을 하고 정시 퇴근을 하며, 월급이 밀려 본적도 없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이런 것을 용인해주는 회사의 문화와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는 저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선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작년에 저는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이 아이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제가 차에 태워서 보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제 나름의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집 주변의 사립 어린이집이 아닌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매일 같이 아침 새벽 6시 일어나 7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매일 저녁 6시면 칼같이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공동육아를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단순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휴가를 내어서 아이들의 일일교사가 되어야 했고, 주말에는 어린이집의 대소사를 함께 챙겨야 했습니다.

모든 생활이 어린이집에 맞추어지자 회사에서의 생활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말 근무, 출장, 야근 모든 것에서 마찰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애를 써가며 주말에 근무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야근을 불사하며 집과 회사의 생활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직원과 저의 회사 생활에 대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자신들은 야근을 하는데, 저는 칼퇴근을 하며

자신들은 매주같이 출장을 가는데, 저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자신들은 주말에 나와 근무를 하는데, 저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이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주변 동료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종국에는 업무 태도가 좋지 않다며, 그럴거면 이직을 하든지 창업을 하라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이전보다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저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했으며, 다만 야근이나 주말근무, 출장을 많이 못나갔을 뿐입니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저는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융통성이 없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 나라는 아무리 이해심이 넓은 직장동료와 상사를 모신다 하더라도 가정이 우선인 문화는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작년에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9년 중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가보았습니다. 여름 휴가라는걸 가보았습니다. 머.. 물론 회사에서 가지 말라고 저를 압박한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그런 식으로 휴가를 가면 제 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 그동안 가보지 못했습니다.

가정을 우선시하는 직장인은 직장 안에서 알게 모르게 미움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합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그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직장과 가정에 균형을 맞추는건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나름 좋은 직장인지라 주말 근무가 많지 않습니다만,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직장에 좀 더 추를 옮겨야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힘든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엄청난 출퇴근 시간입니다.

저는 지금은 하루에 5시간을 출퇴근 시간으로 씁니다. 본사에 근무하더라도 출퇴근 시간은 얼추 하루에 2시간 반정도입니다.

6시에 칼퇴근을 한다고 해도 집에 가면 7시 반 쯤이 됩니다.

씻고 밥 먹고 나면 자야하는 시간입니다. 삶에 여유가 없습니다.

회사 근처에 살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이나 한건지.. 사정이 이러다보니 주중에 운동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택견이나 그런걸 배워보고 싶어도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대금이 너무 배워보고 싶어서 한 두달 배우다 포기했습니다. 1주일에 3번 가는 것도 힘들더군요..

예전에 한번은 주말에 사내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적도 있습니다. 그냥 반항이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지내고 싶은 마음에 소심한 반항이었죠. 동료들은 웃고 넘어가 주었지만 저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파견을 나가던 곳에서는 제가 할일만 딱 끝내고 칼같이 출근해서 칼같이 퇴근하는 일상을 여전히 반복했던 적이 있습니다.

몇주가 지나자 PM은 바로 저희 회사 윗선에 제가 근무태도가 좋지 않다며, 개발자들은 모두 야근하고 그러는데 제가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할일도 없이 몇번의 야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성과, 능력 그런건 개뿔.. 우리 나라에서는 보여주기식으로 일을 해야 일을 잘하는 겁니다.

특정 정도의 능력은 기본이고 보여주기식으로 야근도 하고 철야도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못할거면 가정을 위해서 살아주는건 꿈도 못 꿉니다. 가정을 위해 사는 사람을 직장에서는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전 그게 우리네 현실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건 저만의 경험이니 저와는 또 다르게 현실을 인식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어쩌면 제가 제 직장 동료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머 주저리 주저리 말은 많았지만 그냥 그렇습니다. 우리네 아빠는 정말 힘듭니다.

댓글

  1. 동의합니다. 야근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의 문제입니다.

    답글삭제
  2. 정말 공감합니다. 가족보다 중요한게 없는데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테슬라 구매 과정 후기

올해 제 인생 최대 지름이 될.. 테슬라 구매를 했습니다. 스파크만 13년을 몰았는데... 내자분이 애들도 컸고.. 이젠 스파크가 좁고 덥고 힘들다면서... 4월 6일 하남 테슬라 전시장에서 새로 나온 업그레이드 된 모델 3를 보고 4월 7일 덜컥 계약을 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4월 11일에 보조금 설문 조사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사실, 처음에 하얀색을 계약을 했다가 하얀색은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거 같아 4월 20일에 블루로 변경을 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하나 둘 차량을 인도 받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인도 일정이 배정이 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4월 25일 하얀색으로 변경하자마자 VIN이 배정되고 4월 29일 인도 일정 셀프 예약 문자가 왔습니다. 파란색이 정말 인기가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소문에 듣자하니.. 파란색은 5월 첫주부터 인도 일정 셀프 예약 문자가 왔었다고 합니다.. 크흑.. ㅠㅠ) 덕분에 기다리고 기다리긴 했지만 아무 준비도 없던 와중에 이제부터 정말 실제 차량을 인도받기 위한 질주가 시작되었습니다. 4월 30일 셀프 인도 예약 완료 문자가 왔고 5월 2일 오전 10시 5분에 전기자동차 구매지원 자격 부여 문자가 오고 오후 3시 5분에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자 확정 문자를 받았습니다. 사실 기다림의 시간이 제일 힘든건.. 보조금을 못받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초조함이었습니다. 얼마 안되는 보조금이라고 하더라도 한푼이 아쉬운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돈이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월 2일 오후 4시 12분에 차량 대금을 후다닥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유투브와 네이버 카페 등을 열심히 읽어두었지만 막상 진행해보니 다른 설명과는 좀 다르게 진행되어서 불안했었는데.. 큰 문제 없이 결제가 완려되었습니다. 이미 차량 인도는 5월 14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차량 등록에 대한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5월 8일 오후 2시 23분에 등록 대행 비용 및...

테슬라 악세사리 구매 후기

테슬라를 구매하면서 알리와 네이버 페이에서 이런 저런 악세사리를 정말 엄청나게 구매했습니다. 스파크 13년의 경험을 총동원해서 어머 이건 꼭 사야지~~ 라고 생각되는건 모두 구매해봤습니다. 실제 비용은 쿠폰과 포인트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구매한 제품과 구매 링크 그리고 간단한 후기만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하이패스(AP500S) 뭐.. 얼마 안 있으면 하이패스가 필요없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시범 사업 이후에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되려면 아직 멀었고 뭐.. 말이 필요없는 필수품이죠.. 테슬라 카페이서 추천하는거 구매해봤습니다. TKC에서 공구하는건 이걸 구매하고 나서 알게 되었네요.. 네이버 공식샵에서 구매했습니다.  설치 후 동작은 잘 되는데.. 센터 콘솔 안에 위치한 시거잭에 설치하고 뚜껑을 닫았더니.. 음량을 최대 5로 설정해도 동작음이 잘 들리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이게 제대로 결제가 된건지 안된건지 알 수 없는게 유일한 불만이고.. 작고 잘 동작하고 좋습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gair/products/4776415369 2. 액정 보호 필름(스코코) https://brand.naver.com/skoko/products/9882239107 좋다고 해서 구매해봤는데..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미묘하게 크기가 안맞습니다. 테슬라 모니터 테두리가 곡면이라서 그런것 같습니다. 샵에서 붙여 달라고 했는데.. 제래도 붙지 않고 계속 기포가 생깁니다. 점착력이 떨어지는건지.. 혹시 몰라서 한번 더 구매해서 다시 붙여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비싸기 때문에.. 무반사 이런거에 큰 관심 없으시면 다른 적당히 저렴한거 구매하시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3. 도어 커버(카마루) https://blessauto.kr/products/37263 생각보다 얇고 얘도 생각보다 잘 안맞습니다. 미묘하게 좀 큽니다. 제가 똥손이라서 잘 못붙여서 그런것일 수도 있습니다. 막상 붙이고 나면 감촉도 좋고.. 관리하기 편합니...

리드스위치로 원격에서 가스 검침하기

집 바깥의 가스검침기의 가스 사용량을 집안에서 편하게 조회해볼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원격에서 가스 검침을 하시려면 가스 검침기에 해당 기능이 지원되어야 합니다. 본인 집의 가스 검침기에 가셔서 가스 사용량을 표시하는 아래 부분에 리드 센서를 부착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에 표시한 곳에 리드 센서를 장착할 수 있는 홈이 있어야 합니다. ​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우선은 준비물이 필요하겠죠.. 기본적인 준비물은 https://murianwind.blogspot.com/2021/12/esp.html 에서 소개해 드린 준비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지역난방 유량계 작업을 하셨던 분이라면 준비물이 넉넉히 남아 있으실 수도 있고.. 유량계와 가스 검침을 동시에 하시려면 각각 필요한 만큼 적당히 물품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 다만.. 이번에는 유량계에서 사용했던 것만큼의 오버 스펙이 필요한건 아니라서 조금 더 저렴한 ESP8266 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것도 2번만에 조금 익숙해지고 나서 생각하니.. 유량계도 ESP8266으로 구현해도 충분한 것이었는데.. 뭐.. 이미 구현해버렸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ESP8266을 저는 납땜하기 귀찮아서 NodeMCU로 구매했습니다. https://www.11st.co.kr/products/3079314807?&xfrom=&xzone= 그리고 빵보드 2개, 터미널 블록 1개, 점프 케이블 2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리스센서가 필요한데.. 리드 센서는 본인의 가스 검침기를 사진으로 찍은신 후에 https://m.blog.naver.com/pjwook0129/221265570229 에 연락해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 준비된 물품을 아래처럼 구현했습니다. D7과 G에 가스 검침기에 부착한 리드센서의 전선을 연결해 주시면 됩니다. ​ ESP8266에 처음으로 플래싱하는 부분은 이전에 올렸던 유량계 게시물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윈도우에서 버추얼 박스를 쓰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