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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의 가치 인식

얼마전 저희 집 컴퓨터가 사망했습니다.

사실 운영체제만 다시 설치하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지만 몇가지 문제로 인해서 새로 컴퓨터를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집에 정품 OS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3.5인치 디스켓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 현재 저희 집에 있는 컴퓨터는 2005년 경에 제가 직접 조립한 컴퓨터입니다. 그때 당시 200만원정도 주고 조립했던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런데 그간 세월이 지나면서 메모리나 하드디스크에 사소한 업그레이드를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STAT 하드디스크였습니다.

문제는 이 컴퓨터를 조립할 당시에는 STAT 하드가 그렇게 널리 보급되던 시절이 아니었고 이 메인보드에서 운영체제 설치 시 STAT 하드 디스크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운영체제 설치 중간에 3.5인치 디스켓으로 드라이버를 깔아줘야 한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아.. 물론 집에 그 때 당시 최첨단이던 LS120 3.5인치 디스켓 드라이브 장치도 있습니다.

그 옛날 와레즈에서 다운로드 받아 놓은 Windows XP CD도 있지요.

마음만 먹으면 십자 드라이버 몇번만 돌리고 운영체제를 깔면 굳이 새로운 컴퓨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새로이 컴퓨터를 구매하고자 마음 먹은 것은 세월이 흐르고 저도 소프트웨어로 밥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아무리 MS가 미워도 정품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 비슷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이 컴을 장만하고자 하니 선택이 두가지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조립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공인 PC 정비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세월이 너무 흘렀고 그동안 PC 하드웨어에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더니 하아~~ 조립 컴퓨터 쇼핑몰에 들어가보니 이게 뭐가 뭔지 통 모르겠더군요.

아이코다가 가장 유명하다길래 견적 좀 요청했더니 그냥 씹어버리더군요. 그래서 패스~~

거기다가 조립 PC에서 가장 취약한 정품 OS와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매해야하다 보니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비싼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웹서핑을 하거나 문서 작업, 은행 업무 외에는 이제 결혼도 해서 게임도 그다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고사양의 컴퓨터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몇번의 서핑 끝에 결론은 머리 아프게 이것 저것 따지면서 조립하기는 너무 귀찮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컴이 좀 급하게 필요한 시점있고 어차피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무려면 어때~~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대기업 제품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 제품은 하나같이 최신입니다. 이 놀라운 가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런지..

거기다 저희 집에는 각종 컴퓨터 부품이 차고도 넘치기 때문에 모니터나 ODD 등은 전혀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더군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Dell에서 그냥 가장 싼 제품을 질러버렸습니다.

그런데 Dell 제품을 구매하면서 견적서를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은 VOSTRO™ 230 미니타워

현재 Dell 홈페이지 기준 하드웨어만 394900원입니다. 매우 저렴하죠. 저렴한만큼 하드웨어도 저렴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OS를 Windows 7 Professinal로 업그레이드 하고 Microsoft Office Home and Student 2010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니 추가로 191400원이 추가되어서 전체 가격이 586300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되는 몇푼 안되는 돈이 그렇게 아까울수가 없었습니다.

이것도 현재 Dell 에서 할인행사를 통해서 10% 할인받은 가격인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추가된 금액을 아까워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OS와 Office를 추가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추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이 소프트웨어를 추가한 것은 이 소프트웨어가 그만한 가치를 저에게 주기 때문이고 제가 이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한 것인데.. 난 왜 이걸 아깝다고 생각하는걸까? 내가 이걸 왜 비싸다고 생각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누군가 100만원짜리 그래픽 카드를 구매한 사람이 나는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하니까 좋은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야돼. 이건 다른 그래픽 카드에 비해 엄청난 성능을 가지고 있어라고 얘기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큰 반감이 없습니다. 웬지 모르게 당연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는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니까 포토샵을 정품으로 100만원이나 주고 구매했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무의식적으로 드는 생각이 미쳤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분명 고사양의 그래픽카드보다 포토샵이 작업의 효율이나 효과의 측면에서 더 많은 가치를 주는 것이 분명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는 확실히 평가절하가 된다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하드웨어는 분명 눈에 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존재 그 자체로 그 가치를 증명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결과물로 가치를 증명해야는데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가 어느 컴에나 깔려 있는 백신의 경우에도 1년 12만원은 너무 너무 비싸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생각해보면 1달에 만원입니다. 저는 한달에 3만원씩 해외 아동을 후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돈이 아깝다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내 컴퓨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한달에 만원이나 되는 돈을 지불할 생각은 잘 하지 못합니다. 그냥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러한 것은 인식의 문제 같습니다. 저와는 다른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이번에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면서 의식적으로라도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을 업으로 살고 있고 소프트웨어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자고 말입니다.

제가 소프트웨어를 업수이 여기고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평가 절하한다면 결론적으로 제 밥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나니 소프트웨어때문에 추가로 들어간 돈이 그다지 아깝지 않았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소프트웨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정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이 업계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이 업계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할 때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너무 버리고 있는 것 같아 그냥 끄적여 봤습니다.

그나저나 Dell 배송은 요즘 우리나라처럼 빨리 빨리 하루 배송에 익숙해진 사람에는 희망고문이네요. 너무 느립니다.

제가 주문한 상품은 어제까지는 배송 예정일이 11월 1일이더니 오늘은 생산 완료되었다고 11월 4일이라네요.. 컴 하나 받아내는데 2주나 걸리네요. ㅠㅠ

요즘 확실히 드는 생각은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 뿐이라는거.. 갤럭시 노트 기대하시는 분들 많던데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활용할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별거 없음다..

애플은 하드웨어 머 좋나요? 요즘 안드로이드 스펙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지만.. 그 안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그 안좋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활용하도록 해주죠..

그러고보면 옛날부터 그랬던거 같습니다. 하드웨어에 맞춰 게임을 샀나요? 게임에 맞춰서 하드웨어를 질렀죠..

결론은 소프트웨어가 짱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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