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품질 보증과 테스트

테스트 업계에는 여러 논쟁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테스트와 품질보증의 관계이다. 이 논쟁은 마치 무안단물마냥.. 잊어버릴만한면 쪽쪽 빨아먹을수 있어서 좋다.

혹자는 테스트가 곧 품질보증이라 말한다.

혹자는 테스트와 품질보증은 다르다 말한다.

국내에도 분명 테스터도 많아지고 테스트 팀도 많아졌지만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아직도 많은 테스트팀이 QA팀이라 불리는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정작 하는 일은 테스트팀이면서 팀명은 QA라 붙어 있는 팀, 게임업게의 Fun QA라 불리는 조직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허영에 쩔어있는 복부인을 바라보는 시각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QA와 테스트는 구분된다는 논지를 견지하는 사람이다. 난 외부에 내가 품질 보증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난 테스트를 하는 사람이고 품질을 개선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품질보증 활동의 상당한 부분을 테스트가 담당하므로 테스트가 품질보증 활동을 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난 두 활동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다른것일까?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기능리스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1) 내연기관
2) 고무타이어가 달린 네개의 바퀴
3) 엔진과 구동 바퀴를 연결하는 트랜스미션
4) 금속 골격위에 설치된 엔진과 트랜스미션
5) 운전대

테스터에게 위와 같은 요구사항만 전달되어도 테스트를 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QA는 다르다.

위의 요구사항에 아래와 같은 목표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6) 잔디를 쉽고 빠르게 자를 수 있음
7) 앉아 있기 편안함

위와 같은 목표가 더해진다고 해도 테스터의 입장에서는 별반 크게 달라지는 내용은 없다. 자동차와 잔디 깍는 기계의 차이는 크냐? 작냐? 의 차이일 뿐 테스트 하는 방법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QA라면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정말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그러한 제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개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생산되는 제품들이 고객이 원하는 어떤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충족시키도록 모든 제품이 동일한 품질을 가지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예를 들면,

지금 여러분의 장바구니에 아래와 같은 재료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 밀가루
2) 설탕
3) 우유
4) 계란

위의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획의 영역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무엇인가를 만들지 설계하는 것은 아키텍처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은 개발자의 영역이다.

그 모든 것이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테스터의 영역이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을 아울러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QA의 영역이다.

고객이 칼국수를 원할지? 빵을 원할지? 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QA의 책임만은 아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잘 협업할 수 있어야 진정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QA는 그렇게 목표를 제시하고 모두가 잘 협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QA라고 본다.

이것은 모든 과정이 잘 진행되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터와는 분명 다르다고 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최근의 테스터라면 사용자의 목표에 맞는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용성과 같은 테스트를 수행하는 테스터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도 난 테스터와 QA는 구분 된다고 생각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AI의 UX, 단 5개 문항으로 측정하는 방법: SUXAI

테스트 관리에는 아주 유명한 명언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말은 테스트 관리에서만 유용한 얘기는 아닐거고.. 어쩌면 여러분도 다른 곳에서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지난 글(https://murianwind.blogspot.com/2026/07/ai_01010698011.html)에서 생성형 AI 시대에는 기존의 일반적인 사용성 지표(SUS 등)만으로는 부족하며 정확성, 신뢰성, 설명 가능성, 제어 가능성이라는 AI 에 특화된 품질 특성이 필요하다고 정리해 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서 항상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이론은 좋은데, 당장 매주 업데이트되는 AI 기능의 UX를 바쁜 현장에서 어떻게 빠르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것인가?"라는 점이죠. MeasuringU에서 이에 대한 명확하고 실용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후속 아티클을 공개했습니다. 바로 "Streamlined Measurement of the UX of AI"입니다. (출처: MeasuringU - Streamlined Measurement of the UX of AI / Jeff Sauro, PhD & Jim Lewis, PhD) https://measuringu.com/streamlined-measurement-of-the-ux-of-ai/ Jeff Sauro와 Jim Lewis 박사는 실무 연구자들과 테스터들이 긴 설문이나 복잡한 프레임워크 없이도 AI 제품의 핵심 품질을 빠르게 측정할 수 있도록 SUXAI(Streamlined UX of AI)라는 간소화된 측정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기존에 수많은 문항으로 분산되어 있던 지표들을 통계적 요인 분석을 통해 쥐어짜고 압축하여, 핵심적인 5가지 5점 척 문항 으로 표준화했습니다. SUXAI를 구성하는 5가지 핵심 평가 문항 정확성 (Accuracy): "이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정확하다." 신뢰성 (Trust/Re...

AI 에이전트의 환각과 프롬프트 폭증을 막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Context Engineering)'과 아키텍처의 미래

AI 코딩 에이전트나 생성형 LLM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엔지니어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기술적 병목 중 하나는 바로 '컨텍스트(Context)'의 관리입니다. 저 역시 최근 AI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의 대화창(세션)을 오래 켜둔 채 작업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AI가 초기 맥락을 잊어버리거나 이전에 지켜달라고 했던 제약조건을 놓치며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를 자주 겪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적별로 대화창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작업하거나, 어느 정도 작업 단계가 진행되면 지금까지의 구현 내용과 의사결정을 요약 정리한 뒤 새 대화창에서 AI에게 이를 다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맥락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링 아키텍처 차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요? InfoQ의 발표 아티클 "Architecture / Context Engineering"에서는 바로 이 지점, 즉 단순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넘어 시스템 아키텍처 수준에서 컨텍스트를 제어하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Context Engineering)'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를 다루고 있습니다. (출처: InfoQ - Architecture / Context Engineering) https://www.infoq.com/presentations/architecture-context-engineering/ 발표자들은 코딩 에이전트나 자율형 에이전트가 현장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대해진 컨텍스트 윈도우(Bloated Context Windows)'와 무분별하게 채워진 프롬프트(Stuffed Prompts)를 꼽습니다. AI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주면, 모델의 주의력(Attention)이 분산되거나 논리적 우선순위를 놓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마치 인간 엔지니어에게 백과사전 수십 권을 던져주고 "이거 다 읽고 10초 ...

'자동화 편향'과 '대중적 불신' 을 고려한 AI 테스팅 시나리오 설계

최근 생성형 AI나 자율주행, 에이전트 기술의 테스팅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우리가 당연하게 전제(Assumption)로 깔고 가는 중요한 인간 행동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화 편향성(Automation Bias)'입니다. 인간은 시스템이 자동화되고 스마트해질수록 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주의력을 놓아버립니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켜고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운전자라던지 AI 의료 진단 보조 도구가 내놓은 결과를 의사가 깊은 의심 없이 그대로 승인해 버리는 현상이라던지 AI 챗봇이 추천한 잘못된 정보를 사용자가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케이스 같은 게 있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이러한 "사람들이 AI를 너무 믿어서 발생하는 위험"을 핵심 리스크로 정의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안전장치(Safety Guardrail)나 경고 알림, 오용 방지(Misuse) 테스팅 시나리오를 도출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Gizmodo에 보도된 미국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출처: Gizmodo - Survey Finds Americans See AI as Comparable to Humans—It’s Making Them Trust It Less )   기사에서 언급된 설문조사의 결과는 AI가 사람을 닮아갈수록 완벽함에 대한 기대와 실수가 충돌하고 책임이 모호해져 대중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사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AI에 대한 인지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AI가 인간과 유사한 대화/추론 능력을 보일 때 유저가 느끼는 '인지적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정량 지표로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가 좋다/나쁘다"를 넘어, 의인화(Anthropomorphism)의 수준과 신뢰도(Trust) 사이의 음(-)의 상관관계를 입증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