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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을 다루는 AI 시대, 시스템의 상호작용 능력과 사용 품질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품질과 테스팅, 그리고 UX를 다루어 오면서 최근처럼 "측정(Measurement)"이 모호해진 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 정적인 시스템은 '클릭 몇 번으로 목표 과업을 완료했는가(성공률)', '화면이 직관적인가'처럼 사용성(Usability)의 측정 공식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하지만 입력값은 물론 출력값마저 매번 달라지는 생성형 AI 시대에, 도대체 "AI 제품의 UX가 좋다"는 것은 어떻게 정량화하고 평가해야 할까요?

UX 리서치 및 측정 분야의 권위자인 Jeff Sauro와 Jim Lewis가 MeasuringU에 올린 "Measuring the UX of AI"는 이 매듭을 풀 수 있는 아주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힌트를 제공합니다.

(출처: MeasuringU - Measuring the UX of AI / Jeff Sauro, PhD & Jim Lewis, PhD)

아티클에서는 기존 소프트웨어 사용성 평가의 표준 틀이었던 SUS(System Usability Scale)나 SUPR-Q 같은 지표만으로는 AI 시스템의 UX를 완벽히 담아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AI 시스템은 단순한 수동적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과를 생성하는 자율적인 주체(Agent)"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 제품의 UX를 측정할 때는 일반적인 지표 외에 다음과 같은 AI 특화 요소들이 반드시 함께 측정되어야 합니다.

  1. 정확성과 신뢰성 (Accuracy & Trust): AI가 내놓은 답이 얼마나 정확한가? 그리고 사용자가 그 결과물을 믿고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가? (환각 현상 감지)
  2.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Transparency & Explainability): AI가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과정을 보여주는가?
  3. 제어 가능성 (Controllability): AI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인간이 얼마나 쉽게 개입하여 수정(Human-in-the-loop)할 수 있는가?
  4. 효율성 대비 검증 비용: AI 덕분에 생성 속도는 빨라졌지만, 검증(Verification)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면 과연 UX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아티클이 던지는 메시지는 2023년 개정된 ISO/IEC 25000 시리즈(SQuaRE)의 최신 체계와 완벽하게 맞물려 떨어집니다.

1. ISO/IEC 25010:2023 (제품 품질 모델) — 시스템의 능력

2023년 개정판에서 기존의 '사용성(Usability)' 주특성은 '상호작용 능력(Interaction Capability)'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주관적인 사용자 경험은 별도 표준으로 분리되고, 25010은 "시스템이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체적인 기능적·구조적 능력"에 집중합니다.

  • 사용자 참여 및 몰입 (User Engagement): AI가 사용자의 프롬프트나 의도를 얼마나 정교하게 해석하고 반응하는가?
  • 자가 설명성 (Self-descriptiveness): AI가 자신의 추론 과정과 출력물의 한계, 환각 가능성을 인터페이스 차원에서 명확히 인지시키는가?
  • 제어 가능성 (Controllability): AI가 잘못된 답변을 냈을 때 인간이 쉽게 개입하여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제공하는가?

2. ISO/IEC 25019:2023 (사용 품질 모델) — 실제 사용 맥락에서의 경험

ISO/IEC 25019는 실제 사용 맥락에서 사용자가 체감하는 사용 품질(Quality in Use)을 다룹니다. MeasuringU 아티클이 지적하는 "AI의 속도와 검증 비용의 트레이드오프"가 바로 이 25019 영역에 해당합니다.

  • 과업 충족성 및 유효성 (Effectiveness):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실제 사용자 목적을 완벽히 달성해 주는가?
  • 효율성 및 검증 부담 (Efficiency): 코드는 1초 만에 짜주었지만, 환각(Hallucination)을 검증하고 수정하느라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과 검증 시간이 더 늘어났다면 실제 사용 품질(Efficiency)은 저하된 것입니다.
  • 만족도 및 신뢰 (Satisfaction & Trust): AI의 결과물을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용자의 정서적 만족과 신뢰 수준을 평가합니다.

3. ISO/IEC 25059 (AI 시스템 품질 모델) — AI 특화 확장

25010과 25019의 틀 위에 AI의 자율성과 비결정론적 특성을 반영한 표준입니다.

  • 설명 가능성 (Explainability): AI의 추론 논리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능력.
  • 자율성과 제어성 (Autonomy & Controllability): AI가 스스로 판단하되, 인간의 개입(Human-in-the-loop)이 언제든 가능한 상호작용 구조.
  • 견고성 (Robustness): 확률적 모델 특성 속에서도 시스템 결과물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품질.

피터 드러커의 명언처럼, AI 제품의 UX 역시 "막연히 편리하다"는 감상적인 평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ISO/IEC 25010:2023이 말하는 '시스템의 상호작용 능력(Interaction Capability)'을 정밀하게 구축하고, 이것이 실제 사용자가 작업할 때 느끼는 '사용 품질(ISO/IEC 25019)'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해 내야 합니다.

ISO/IEC 25010, 25019, 25059라는 견고한 품질 체계 위에 MeasuringU가 제안하는 프레임워크(신뢰성, 설명 가능성, 제어 가능성)를 얹어 평가 체계를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AI 시대의 테스터가 준비해야 할 다음 무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항해를 계속하는 우리 히치하이커들에게, 이 정교한 측정 지표들은 짙은 안개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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